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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주워 퇴비로… 영덕군 '1석3조'

조선일보 0 3,534 2009.07.07 08:55

낙엽 주워 퇴비로… 영덕군 '1석3조'

산과 들 깨끗이 청소하고 주민들은 소득증대 '짭짤' 친환경 농법으로도 각광

바닷가 고장 경북 영덕군이 산속 낙엽을 활용한 1석3조의 알찬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겨울철 농한기 동안 일감이 없는 농민은 산과 들에 깔린 낙엽을 주워 생활비를 마련하고, 군(郡)은 주민들 손을 빌려 모은 수천t의 낙엽을 천연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사업이다. 비와 태풍에 쓸려 바다나 간이상수도 등에 대량 유입돼 썩는 낙엽 상당수를 미리 걷어내는 효과도 있다. 영덕군 농정과 남준 친환경농업담당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통해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려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이 정책으로 반영

언뜻 보면 현재 영덕군이 진행 중인 사업은 1960~1980년대 활발히 진행됐던 '퇴비증산사업'과 비슷하다. 농민들이 산속 폐목과 수풀 등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토록 장려한 사업이다. 퇴비증산사업은 농촌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2007년부터 사그라지는 추세에 있다. 영덕군 역시 2년 전부터 퇴비증산 지원사업을 종료했다.

유사한 내용의 사업이 다시 부활한 것은 작년 10월 "농한기에도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농민들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 대게로 유명한 영덕군이지만 전체 인구(4만2700여명)의 26%인 1만1200여명은 벼농사 및 사과·복숭아 등 재배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가 농한기에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다.

영덕군 농정과 직원들과 군내 9개 읍·면 산업담당들은 즉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결과 '낙엽을 모아오는 주민에게 일당을 제공하고 군은 이를 천연퇴비로 만들자'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정했다.

주민들이 수풀 등을 모아 직접 퇴비로 만들어 지원금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던 퇴비증산사업과 달리 각자 낙엽을 주워오는 만큼 곧바로 돈을 지불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영덕군의 전문인력들이 성능이 월등한 비료를 대량으로 만들어 재활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주민들 요구가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사업은 시작됐다.

경북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의 한 공터에서 인부들이 천연퇴비를 만들기 위해 중장비 등을 이용해 낙엽에 대게껍데기가루, 톱밥 등을 섞고 있다./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낙엽 주워 돈 번 사람들

주민들의 '낙엽 줍기'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진행됐다. 영덕주민 1300여명이 참가했다. 관내 칠보산·맹동산 등으로 나선 주민들이 자루에 떡갈나무·참나무 등의 낙엽을 채워오면 각 읍·면 주민센터 담당자들은 돈을 나눠줬다. 10㎏ 1포대당 2000원씩 가격을 매겼다. 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사람당 1일 최대 50포대(10만원)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기간 영덕군은 총 4000t가량의 낙엽을 수거해 8억원의 예산을 주민에게 나눠줬다.

친환경퇴비로 부활하는 낙엽

지난달 17일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 6m 높이의 고가도로 아래 공터에 낙엽이 2m가량씩 쌓인 봉우리 4개가 솟아 있었다. 이 중 한 곳에서 낙엽을 썩혀 퇴비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포크레인 1대가 긴 팔로 낙엽을 푹 찍어 뒤집고 호스를 든 한 남성은 그 주위로 물을 뿌리는 작업이 계속됐다. 포크레인이 낙엽을 들어 올릴 때마다 낙엽 더미 속에서 흰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영덕군은 천연퇴비를 관내 무농약쌀재배단지 2곳에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농민들에게 일반 비료보다 70% 싼 가격에 되팔 계획이다. 퇴비를 팔아 번 돈은 낙엽 줍기 사업에 재투입한다. 박성호 담당은 "천연비료를 뿌리면 토질이 부드러워지고 영양분도 많이 생겨 작물들이 병해충에 강해지고 맛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현재 도내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영덕군의 '낙엽 줍기' 사업을 벤치마킹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 중으로, 결과에 따라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농민 소득을 만들고 친환경농업에 앞장서기 위해 군이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이라며 "전국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미비한 점을 보완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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